늘어나는 치매•우울증… ‘손’을 써야 뇌를 깨운다
손글씨 쓰기•바느질•악기연주 좋아
스트레스 증가와 고령화 가속화로 우울증, 치매 등의 뇌 질환 환자가 늘고 있다. 뇌를 잘 사용하고 발달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체된 뇌를 깨울 수 있는 방법은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바로 ‘손’을 활용하는 것이다. 손글씨 쓰기, 바느질, 목공예, 악기연주와 같은 정교한 손놀림은 지친 뇌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인체의 뼈는 총 206개인데, 이 중 4분의 1에 달하는 54개가 양손에 있다. 양손은 신체의 작은 부분이지만 다리•몸통보다 훨씬 치밀하게 신경망이 분포돼 있다. 관절과 신경망이 많은 손은 뇌와 풍부한 신호를 주고받는다. 실제로 운동•감각•언어•기억 같은 기능을 통솔하는 뇌의 중추신경 중 30%는 손의 움직임에 반응해 활성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집중력•성취감 높여 정서 안정
정교한 손놀림은 스트레스를 낮춰 정서를 안정시킨다. 이는 호르몬 분비와 관련이 있다. 손을 움직이면 뇌에서는 상황판단•감정조절에 관여하는 ‘전전두엽’ 구조물이 활성화되면서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호르몬의 분비가 감소해 기분이 안정된다.
손놀림이 긴장과 스트레스를 분산시킨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우리 뇌는 일반적으로 한꺼번에 여러 활동에 집중하기 힘든 구조를 갖추고 있다. 손을 움직이는 것은 뇌에서 상당히 많은 영역을 차지하므로, 다른 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어진다.
손 활동으로 얻는 성취감 역시 정서를 안정시켜주는 요인에 해당한다. 손놀림으로 완성물을 만들어 내는 활동은 성취감을 주면서 동시에 스트레스를 낮춘다. 다양한 색과 모양을 감상하면서 도구를 활용해 창작물을 완성하는 것은 미적 충족감을 주면서 스스로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돕고, 동시에 정서가 안정된다. 노인의 우울증을 예방하는 활동으로 뜨개질 수업을 진행하고, 손바느질•퀼트 같은 프로그램을 임산부 태교에 활용하는 이유다.
◇손 움직이는 만큼 뇌 노화 늦춰
손은 뇌가 노화하는 속도를 늦춰주는 항노화 도구다. 손을 충분히 쓰지 않아 근육이 퇴화하면 뇌를 자극하지 못해 그만큼 뇌세포의 기능도 떨어진다. 그러나 이미 노화한 뇌도 손 활동으로 기능을 회복할 수도 있다. 손가락 운동을 하면 뇌세포의 주변 세포들이 활성화하면서 기능을 대신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머리로 생각하며 손끝을 사용하는 섬세한 작업을 꾸준히 실천할 것을 권한다. 단순히 손가락을 이용한 활동보다,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양손을 정교하게 움직이는 활동이 뇌의 여러 영역을 동시에 활성화시킬 수 있다. <조선일보>